각당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4주년 기념 세미나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라제건홀에서 '현대사회 애도의 변화와 의미'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학계, 상담 전문가, 관련 기관 종사자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 기념식 및 논문 공모전 시상식과 2부 주제 세미나 순서로 진행됐다.
1부 기념식은 라제건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이어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유영권 연세대학교 교수가 축사를 통해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걸어온 34년의 여정을 축하하고 그 사회적 기여를 기념했다.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회장은 인사말과 함께 '제1회 각당 삶과죽음연구 논문 공모전' 수상식을 진행하며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박성국 연구원(상명대 뉴미디어음악학 박사과정)은 『말러와 프로이트의 만남을 통해 본 죽음에 대한 고찰』 이란 주제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음악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애도 이론으로 접근했다. 박 연구원은 "말러의 음악에서 죽음이 개인적 애도를 넘어 보편적 성찰로 승화됐다"면서 "현대 음악에서 삶과 죽음의 긴장 구조가 예술적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장려상을 수상한 김경희 연구원(한림대 생사학연구소)은 『자녀를 자살로 잃은 부모의 회복 경험』이라는 주제로 자살유가족이 겪은 애도 과정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연구에서 자살 유가족이 겪는 복합적인 애도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이들의 실질적인 회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극심한 죄책감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문적 치유 개입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적 치유와 접근 방식의 도입 ▲자살과 고인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성찰과 개선 노력이다.
공동으로 장려상을 받은 정요섭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는 『남은 자를 위한 애도 예배와 목회 돌봄』 연구를 통해 목회 돌봄 모델을 제시했다. 정 박사는 '인간의 죄악',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등 성경의 거대 서사 안에서 인간이 상실을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부 세미나는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조현주 자문교수(각당애도심리상담센터)는 『상실과 애도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주제로 2022년과 2024년의 키워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 교수는 "22년과 24년에서 애도는 희생자, 추모, 마음 등의 키워드와 주로 연결돼 사회적 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실'의 경우, 24년에는 사랑, 슬픔 등 감정적 연결과 함께 욕구, 청력, 관계, 통제력 등 다양한 유형으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음을 주목했다. 그는 "상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수용하면 내면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애도 문화 정착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양준석 연구원(한림대 생사학연구소)은 '현대사회 애도의 개념과 방식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양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나타난 애도 문화의 변화로 ▲죽음의 소외화 ▲애도 문화의 간편화 ▲인간 존엄성 상실 문제를 꼽았다.
양 연구원은 "살아있을 때는 몸을 존중하지만, 죽었을 때는 시신이라 하여 물질 취급하듯 폐기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죽음의 소외화가 무정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온라인 추모 서비스 등 애도 문화의 간편화가 애도를 박탈하는 비인간적인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발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임승희 교수(신한대학교)는 "사고나 질병 등 '악한 죽음'에 대한 전통적 관념이 유가족에게 수치심을 주며 애도 과정을 방해해 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고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보다 건강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현대적 애도 이론을 소개하며,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애도 모델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곽혜신 상담사(각당복지재단)는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이 사별 외에도 관계, 건강, 통제력 상실 등 삶의 다양한 상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며,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임을 알리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도록 허용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민영 센터장(국가트라우마센터)은 "현대 사회는 '위험 사회'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참사를 중심으로 애도의 의미를 역설했다. 심 센터장은 "제대로 애도한다는 것은 그 죽음이 왜 발생했는지 끝까지 묻고, 시스템의 결함과 구조의 무책임을 바로잡아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애도를 말한다는 것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몫'이자, 애도할 때 공동체는 서로를 지키는 존재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