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져 연명의료치료 중단을 결정했던 70대 여성이, "시신기증이라도 하고 싶다"던 고인의 평소 뜻을 받든 가족의 결단으로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9일, 故 손춘수(70, 여) 님은 간장과 신장(좌, 우)을 기증하여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 숭고한 나눔 뒤에는 연명의료중단과 뇌사 장기기증이라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고인은 가족 야유회를 며칠 앞두고 연락이 끊겼다. 이상함을 느낀 남동생이 집을 방문했다가 침대 옆에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고인을 발견,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북대칠곡병원에서 혈전 제거술을 받았으나, 발견이 늦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고인이 회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고통을 연장하지 않기 위해 상의 끝에 '연명의료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황재춘 교수(경북대칠곡병원)는 가족들에게 '뇌사 장기기증'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설명했다.
의료진의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할 수만 있다면 꼭 기증을 하고 싶다", "시신기증이라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것을 떠올렸다.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내렸던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만약 연명의료가 그대로 중단되었다면 3명의 생명을 살릴 기회마저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다.
고인의 남동생은 "갑작스럽게 먼저 간 누나에게 평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해 미안하고, 겉으로 표현은 못 했지만 속마음은 늘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누나 덕분에 생명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나는 아직 죽은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있는 것 같다. 누나의 장기를 기증받은 분이 누나 몫까지 건강하게 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기증 수혜자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번 사례는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뇌사 장기기증' 제도가 현장에서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명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한다는 의의가 있지만,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정책적 보완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기 전,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뇌사 장기기증에 대한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후 심장이 멈춘 환자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故 손춘수 님과 같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할 수 있는 분이 그 의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적극적인 논의와 함께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어려운 기증 과정에 동의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