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도 대법원이 13년간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PVS)에 있던 32세 남성 라나의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했다. 인도 역사상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 수동적 안락사)가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다. 2018년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8년 만에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라나는 2013년 건물에서 추락해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었다. 이후 인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보조 급식과 장기 간병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2024년 라나의 아버지는 델리 고등법원에 소극적 안락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환자가 '말기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아버지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2025년 대법원은 1차·2차 의료위원회를 구성해 라나의 상태를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가족과 의료위원회가 모두 영양투여 중단에 합의한 점을 확인한 뒤,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법적 쟁점은 영양·수분 공급이었다. 델리 고등법원은 이를 일반적인 식사 행위, 즉 '기본 간호'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튜브 영양 공급이 중단할 수 있는 '의학적 치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한 '환자 최선의 이익' 원칙을 적용했다. 말기 질환이나 식물인간 상태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적 이익이 없는 경우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라나를 뉴델리 완화의료부에 입원시키고, 의료위원회 관리 하에 단계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되 환자가 고통받지 않고 마지막까지 존엄이 유지되도록 지시했다.

15년에 걸친 인도 안락사 법제의 흐름
인도에서 소극적 안락사의 법적 논의는, 1973년에 성폭행을 당한 후 42년간 식물인간 상태였던 간호사 샨보그 사건에서 비롯됐다. 2011년 샨보그 씨의 안락사 청원서가 제출됐지만 인도 대법원은 기각했다. 그러나 샨보그 씨의 사례는 같은해 소극적 안락사 법제화를 이끌었다.
이어 2018년 합헌재판부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리빙윌(Living Will. Advance Medical Directive.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을 합법화했다. 연명의료 중단의 가이드라인도 이때 수립됐다.
그러나 2018년 판결 이후 8년간 대법원은 연명의료 중단 청원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번 라나 사건은 이론에서 실제 적용으로 넘어간 전환점이다.
인도 존엄사 권리 옹호단체(Society for the Right to Die with Dignity) 드헬리아 박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희망 없는 말기환자를 위한 '적극적 안락사' 합법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극적(능동적) 안락사·소극적(수동적) 안락사·조력사망·연명의료 중단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 능동적 안락사)는 의사 등 제3자가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하는 등 직접적인 행위로 환자의 사망을 야기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망 원인을 타인이 직접 관여하는 행위로, 네덜란드·벨기에·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만 합법이다. 인도에서는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 수동적 안락사)는 인공호흡기 제거, 영양 튜브 중단, 투석 중단 등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적 개입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망 원인을 도입하지 않으며, 기저 질환이나 부상이 자연적 경과를 밟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인도·영국·미국 등 다수 국가에서 일정한 조건 하에 허용되며 '연명의료 중단'이 이에 속한다.
조력사망(assisted dying/assisted suicide. 조력자살. 조력존엄사)은 이 두 범주와 구분된다.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유사하지만, 최종 행위를 환자 본인이 수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의사는 약물을 처방할 뿐 직접 투여하지 않는다.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 등 현재 약 12개국(Lancet Public Health 2025년 통계. 국가·지역·법안 별로 상이함)에서 합법이며, 한국은 형법상 자살방조에 해당해 불법이다.
한국은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대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말기 환자'로 한정되고 식물인간, 뇌사 상태의 조건만으로는 충분한 여건이 안된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