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보내는 카네이션
10여 년 전 어버이날을 김주희 씨(여, 21세)는 잊을 수 없다. 어버이날이 있기 이틀 전 일요일, 자신과 함께 공원 산책을 나섰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10살이었던 김 씨는 눈앞에서 쓰러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주변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곧장 구급차가 도착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료진은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는 소견을 전했다. 2012년 5월 8일 어버이날, 故 김일영 씨는 당시 자녀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보지도 못한 채, 신장과 간을 기증한 후 세상을 떠났다.
10여 년이 흘러 다시 찾아온 봄, 대학생이 된 주희 씨가 아버지가 있을 하늘을 바라보며 카네이션을 들었다. ‘하늘로 보내는 카네이션’이라는 작품명을 단 주희 씨의 사진이 5월 11일,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선에 걸렸다.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장미, 찬미>에 선보인 60점의 사진작품 중 하나이다.
2021년 3명의 생명을 살린 故 전소율 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의 근황이 담긴 편지도 공개됐다.
2021년 故 전소율 양(당시 5세)이 떠나기 전까지 품고 있던 호랑이인형과 나란히 그네에 앉은 아버지 전기섭 씨(남, 46세)의 사진에서는 깊은 그리움이 묻어난다. 같은 해 6월, 아내를 먼저 폐암으로 떠나보낸 전 씨는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 딸 소율 양을 뇌사로 떠나보내야 했다. 당시 소율 양은 심장과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아이를 살렸다.
이번 사진전에는 얼마 전 전 씨가 소율 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의 부모로부터 받은 편지도 공개됐다. 편지에는 소율 양의 심장이 거부반응 없이 이식인의 몸속에 잘 적응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기증 당시 언론을 통해 소개된 전 씨의 인터뷰를 보고 함께 울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소율 양의 장기기증 덕분에 아이가 뒤늦은 돌잔치도 하게 됐다고 전한 부모는 "돌잡이 때 저희 아이가 따님과 같은 판사봉을 잡았다."고도 편지에 썼다. 이식인의 부모는 기사에 소개된 소율 양의 사진을 핸드폰에 담아두고 다니며 소율 양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진심도 전했다.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를 알 수 없도록 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어 전 씨와 같이 편지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 씨는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건강히 살아가는 동안, 우리 소율이도 함께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 외 '오후 6시에 멈춘 아버지의 시계', '심장을 이식받은 20대 청년의 출근길' 등 유가족 및 이식인 사진 60점이 전시되어 장기기증 먼 일 아닌 우리 이웃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2022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69,439명으로 2021년 대비 22% 감소했다. 뇌사 시 장기기증자 역시 2022년 405명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이식대기자는 매년 3천여 명씩 가파르게 증가해 매일 6.8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소개된 장기기증인 및 그 가족들의 고귀한 실천과 장기이식인의 희망찬 삶의 모습이 장기기증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